Main Character Hides His Strength
Chapter 57
마계라 불리는 마족의 땅은 먼 북쪽, 얼음과 불이 공존하는 땅에 자리 잡고 있다.
마족들은 나면서부터 사악하고 무자비한 존재로 오직 힘만을 숭상하고 속임수를 미덕으로 여기는 족속들이다.
마족들은 평상시엔 자기들끼리 서열 투쟁을 하느라 자기들의 영내에 머물러 있지만 간혹 마족들 가운데 절대자가 나타나면 그들은 무리를 지어 조직적으로 대륙을 침공한다.
해서니우스 맥스는 수백 년 만에 나타난 마족들의 진정한 왕이자 마신이 선택한 용사로 알려진 존재로 강력한 힘과 사악한 꾀로 마족들을 규합, 재앙의 예언서에 기술된 첫 번째 재앙 그 자체가 되었다.
하지만 인간들과 다른 이계의 종족들이 마족들의 준동을 가만히 보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철혈기사단, 폭풍전선을 필두로 한 강력한 힘을 갖춘 무력집단이 마계의 입구인 대륙 북부에 포진했고 이들은 마계의 접경선에 수많은 요새를 사슬망처럼 건설해 마족들의 침입을 막고 있었다.
이 마계와 인간계가 충돌하는 지점을 세상에서는 마계 최전선이라고 부른다.
Kim Sungchul 그 마계 최전선에 이르렀다.
수많은 악마를 해치우고 얼음과 불이 공존하는 죽음의 땅을 지나 이곳에 발을 들인 것이다.
‘결국 이곳으로 돌아왔군.’
Kim Sungchul 무심한 눈으로 눈에 익은 정경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그렇듯 기분 나쁜 적막에 쌓인 살풍경한 대지였다.
북쪽 먼 곳에서 천둥 같은 굉음이 들려오더니 지반이 가볍게 흔들렸다.
지독한 유황 냄새가 바람결에 실려 코끝을 스친다.
Kim Sungchul 산비탈을 따라 인간의 영역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품속의 베르텔기아가 불쑥 질문을 던졌다.
Kim Sungchul 성큼 성큼 앞으로 걸으며 대답했다.
“휴식을 취한 후, 마계로 다시 가 악마들과 싸운다.”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지만 Kim Sungchul 먼저 에어푸르트에서 얻은 마법의 힘을 직접 시험해보고 싶었다.
마법사로서의 자신이 악마들에게 어디까지 통하는지 말이다.
성장을 하려는 자는 자신의 한계가 어디이고 단점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Kim Sungchul 얼어붙은 바다가 바라보이는 바위산의 중턱에 올랐다.
멀리서 볼 땐 흔한 바위산 중 하나처럼 보였지만 가까이가자 그을린 흔적, 잿빛 천 아래 가려놓은 땔감, 여기저기 널린 용도불명의 쇠붙이 등 사람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었다.
Kim Sungchul 그곳에 이르자마자 마치 제 집 안 방인 양 숨겨져 있는 땔감을 찾고 바닥에 널린 쇠붙이를 이어 붙여 그럴싸한 요리대를 만들어냈다.
이곳은 김성철이 오랫동안 애용한 캠프 중 하나였다.
인간에게도 악마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그는 마계 최전선에 이와 비슷한 자신만의 은신처를 여러 개 만들어두고 돌아가며 휴식을 취하곤 했다.
물론 좋아하는 요리도 이곳에서 만들었다.
그는 캠프 너머 거대한 바위로 입구를 막은 동굴 앞에 섰다.
침입 흔적은 없었다.
마계 갯강구라 불리는 자그만한 벌레들이 화들짝 놀라 달아날 뿐.
Kim Sungchul 바위 앞에 서서 심호흡을 한 후 두 손으로 바위를 움켜잡았다.
손잡이 따위는 필요 없었다.
그의 손가락이 꽂히는 곳이 바로 손잡이니까.
Kim Sungchul 바위에 손가락을 꽂아 넣은 채 잠시 대기하더니 이윽고 그 거대한 바위를 번쩍 들어올렸다.
“…이젠 별로 놀랍지도 않아.”
베르텔기아는 머지 않은 곳에서 파닥거리며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봤다.
입구를 막은 바위가 약간 떨어진 자리에 내려 앉았다.
지면이 가볍게 흔들릴 정도의 묵직한 충격이 발밑을 통해 전해졌다.
Kim Sungchul 요리대에서 불타는 장작 하나를 꺼내 횃불로 삼아 모습을 드러낸 굴 안으로 들어갔다.
동굴 안엔 도기를 빚어 만든 갖가지 항아리로 가득 차 있었다.
김성철이 손수 진흙을 이겨 만든 장독들이다.
그는 그 장독 중 유독 큰 돌멩이를 올린 장독 앞에 서서 돌멩이를 치우고 뚜껑을 열었다.
장독 안엔 인간 어린 아이만한 크기의 뿌리식물이 벌겋게 절여진 채 익어가고 있었다.
김성철의 입안에 침이 고였다.
“이.. 이건 만드라고라?!”
어느새 동굴 안으로 따라들어온 베르텔기아가 장독 안에 담긴 괴생물체를 보고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Kim Sungchul 고개를 끄덕였다.
“이 녀석으로 김치를 만들면 별미가 따로 없지.”
그는 만드라고라 김치의 절인 잎사귀를 하나 떼 입안에 넣고 그 맛을 음미했다.
[ 이 요리의 점수는…. 12점! ]
점수는 개판으로 나왔지만 김성철의 입맛엔 어떤 진미보다 황홀한 맛이었다.
그가 눈을 감고 맛을 음미하는 동안 베르텔기아는 도망치듯 동굴을 빠져나가며 중얼거렸다.
“세상에… 그 귀한 걸로 저렇게 이상한 음식을 만들다니…”
Kim Sungchul 활활 타오르는 조리대에 불린 쌀을 넣고 밥을 지었다.
다른 반찬은 필요 없었다.
그는 마계 경치를 지켜보며 만드라고라 절임을 반찬 삼아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배불리 밥을 먹은 뒤 그는 넓적한 바위에 걸터앉아 눈을 감았다.
마계에서 불어오는 유황 섞인 바람이 그의 머리칼을 가볍게 흔들었다.
잠깐의 휴식이 끝난 후 Kim Sungchul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곧장 마계로 향했다.
마계로 통하는 회랑에 들어서자 하등한 악마들이 그의 앞을 막았다.
임프라 불리는 저능한 생명체다.
털 없는 원숭이 같은 작은 대가리 안엔 오직 식욕과 악의만이 가득 차 있다.
임프들이 날카로운 꼬챙이를 찌르는 시늉을 하며 위협을 가했다.
“으으… 난 저런 거 딱 질색인데.”
어느새 원래 크기로 돌아온 베르텔기아는 임프들이 닿지 않을 정도로 높은 곳으로 날아올랐다.
Kim Sungchul 다가오는 임프들을 노려보며 조용히 손가락을 뻗었다.
그의 손끝에서 섬광이 폭사되며 임프의 몸통에 적중했다.
“키이이이이이!!!!!”
섬광에 맞은 임프는 몸이 타들어가며 갖은 몸부림을 치며 죽었다.
그러자 위협을 가하던 임프들이 일제히 김성철을 향해 달려들었다.
녹이 묻은 치명적인 꼬챙이가 김성철의 몸을 향해 날아들었다.
Kim Sungchul 어렵지 않게 그 창을 피하며 연거푸 글레어를 시적했다.
여기저기서 빛에 꿰 뚫린 임프들이 버둥거리며 죽어갔다.
연속해서 열 마리의 임프를 죽이자 기세 좋게 달려들던 임프들도 마침내 멈칫거렸다.
Kim Sungchul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슬슬 모습을 드러내는군.’
땅이 갈라지며 그 아래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겉으로 드러난 크기만 약 5미터.
생선 대가리에 남성의 상반신을 지닌 기괴한 모습의 거대 악마였다.
“갸아아아아아!!!!”
마계의 입구를 지키는 문지기 중 하나다.
김성철이 약해빠진 임프들을 처치한 것은 바로 이놈을 불러내기 위함이었다.
심해 마종의 지능은 물고기수준이지만 강한 힘과 민첩성을 가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끈질긴 생명력으로 악명이 높다.
왕실 마법사들도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이 괴물을 마법만으로 죽일 수 있다면 해서니우스 맥스에게도 유의미한 일격을 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김성철의 판단이었다.
“갸아아아아아!!!”
심해 마종은 상반신만을 드러낸 채 천지가 떠나갈 것 같은 포효를 내질렀다.
그 포효가 어슬렁거리던 임프들은 혼비백산 그들이 숨어 있던 좁고 비좁은 굴로 도망치듯 사라졌고 이제 황무지엔 김성철과 심해 마종만이 남았다.
텅 빈 생선의 눈알이 김성철을 노려봤다.
이윽고 하늘 높이 들어 올린 거대한 팔을 내려쳤다.
비늘이 덮인 주먹이 지면을 강타하자 지축이 흔들리며 바위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저기, 우리 도망가는 게 좋지 않을까?”
어느새 김성철 등 뒤에 딱 달라붙은 베르텔기아가 풀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Kim Sungchul 오히려 앞으로 한 발짝 걸어갈 뿐이었다.
“으… 이 사람과 함께 하다가는 목숨이 열 개라도 모자르겠어.”
베르텔기아는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크기를 축소 가장 안전해보이는 김성철 상의 포켓 안으로 자진해서 들어갔다.
‘과연 어디까지 통할 것인가.’
Kim Sungchul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마력이 200도 채 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고 그가 구사할 수 있는 유일한 마법 또한 3위계에 속하는 마법이라는 사실 또한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가 심해 마종에 맞서는 것은 직접 자신의 한계를 두 눈으로 확인해보고자 위함이다.
김성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고기의 눈동자가 김성철의 궤적을 쫓았다.
Kim Sungchul 옆으로 달려가며 심해 마종을 향해 손가락을 뻣었다.
창과 같은 빛줄기가 그의 손가락 끝에서 뻗어 나오며 심해 마종의 팔에 적중했다.
심해 마종의 피부에 거무스름한 연기가 피어오른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갸아아아아아!!!”
심해 마종은 포효를 지르더니 미친듯이 팔을 휘두르며 김성철을 공격했다.
지축이 들썩이고 파편이 분수처럼 솟았다.
하지만 김성철에게 그런 심해 마종의 공격이란 보잘 것 없는 것이었다.
그는 마치 산책을 하듯 느긋한 움직임으로 심해 마종의 공격을 모두 회피하며 심해 마종의 신체 곳곳에 자신의 유일한 공격 마법을 시험했다.
팔, 다리, 몸통, 얼굴, 그리고 눈알.
빛줄기가 심해 마종의 생선 눈알을 지졌다.
생선의 눈꺼풀은 아래에서 위로 감긴다.
심해 마종으로선 눈 한 번 떴다 감은 것만으로 김성철의 공격을 가볍게 상쇄시켰다.
‘아직 너무 약하군.’
알고는 있었지만 생채기조차 내지 못한다는 사실은 김성철에게 있어 우울한 소식이었다.
좀 더 강한 마력이 필요하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뒤로 물러났다.
멀리 심해 마종이 포효를 하며 지면을 두들겼다.
그것이 승리의 포효인지 아니면 단순히 본능에 의한 위협의 연장선인지 Kim Sungchul 알지 못한다.
“어이. 베르텔기아.”
김성철이 품속에 있던 베르텔기아를 억지로 끄집어냈다.
“안 들려! 안 보여!”
베르텔기아는 귀 막고 눈을 감고 있었던 모양이다.
책 주제에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는 알 수 없는 문제지만 말이다.
김성철이 몇 차례 베르텔기아를 흔들자 베르텔기아는 그대로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응? 그 생선 대가리는?”
Kim Sungchul 멀리 포효하고 있는 심해 마종을 가리켰다.
베르텔기아는 그제야 마음을 놓은 듯 김성철의 손아귀에서 흘러내리듯 쓰러지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위험한 놀이는 이제 그만두길 바래.”
“전혀 위험하지 않아. 그보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다.”
“네가 아는 연금 퀘스트 중에 마력을 크게 올려주는 것이 있나?”
축 늘어져 있던 베르텔기아가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원래 크기로 펑 하고 팽창했다.
그리고 기세 좋게 김성철 앞에 펄럭이며 달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드디어 창조술사의 길을 걷겠다는 이야기야?”
“창조술사든 뭐든 좋아. 마력을 올릴 수 있는 퀘스트만 있다면.”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
Kim Sungchul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작정이었다.
그것이 당면한 목표에 큰 상관이 없어 보이는 연금술사 관련 퀘스트라고 할지라도.
베르텔기아는 하늘 위에서 둥둥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생각을 거듭하다 이윽고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으음. 지금 당신이 할 수 있는 퀘스트라고 해봐야 몇 개 없어.”
“당신은 5레벨 연금 아이템을 만들었다고 해도 당신은 경험이 너무 부족해. 일단은 4레벨 이하의 모든 연금 아이템을 한 번씩 만들어보는 걸 추천할게.”
“4레벨 이하의 연금아이템의 숫자는 모두 몇 개지?”
“으음. 방금 그 말 취소하지.”
Kim Sungchul 시원하게 포기했다.
그러자 몸이 단 건 베르텔기아였다.
“앗! 잠깐! 당신이 지금까지 만든 4레벨 이하 연금아이템의 숫자는 모두 12종이야. 즉 70종만 더 연성하면 된다는 이야기!”
“그것도 너무 많은데.”
“많은 게 아니야! 절대 많은 게 아니야! 연금술을 생활화하면 금방 달성할 수 있는 수치라고!”
Kim Sungchul 미덥지 못한 눈치였지만 일단은 베르텔기아의 말을 따르기로 속으로 생각했다.
‘연성을 성공하면 소폭의 마력과 직관력이 상승하니. 기분전환 하는 기분으로 하루에 조금씩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이용할 수 있는 건 모두 이용하겠다는 것이 김성철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연금술에 관한 것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목표에 불과하다.
Kim Sungchul 심해 마종과의 싸움을 벌인 직후, 한 사내를 찾기로 다짐하고 있었다.
알투지우스의 아들이자 사라사의 부친.
데커드라는 가명을 지닌 사내를.
그가 정확히 어느 정도 수준의 마법사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보통은 넘을 것이다.
강력한 알투지우스의 아들이니 말이다.
무엇보다 그 사내는 재앙을 막을 방법을 찾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필사적일 것이다.
자신의 힘을 갈고 닦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마치 8년 전의 김성철 본인처럼 말이다.
‘그는 폭풍전선의 용병마법사로 활동한다고 했었지?’
철혈기사단, 바란아란 부족연맹과 더불어 대륙 북방의 3대 세력 중 하나.
다른 집단과 달리 드워프를 주축으로 하는 폭풍전선은 드워프의 막강한 축성술로 곳곳에 강력하고 유기적인 요새를 세워 마족을 침입을 최전선에서 막아왔고 현재는 쇠락한 철혈기사단을 제치고 북방 제일의 세력으로 불리고 있다.
그런데 Kim Sungchul 드워프와 사이가 좋지 못하다.
왜냐하면 그는 드워프들이 신성시하는 팔 가라즈를 신전에서 훔친 전과가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본명을 쓸 수 없겠군.’
드워프들은 그들에게 죄를 지은 존재의 이름을 원한록에 작성하는 풍습이 있다.
그 원한록의 첫 줄을 당당하게 차지한 이름은 다름 아닌 김성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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