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n Character Hides His Strength
Chapter 64
악마군의 대규모 이동이 보고됨에 따라 잠깐의 평온을 찾았던 형벌 부대에 경계령이 내려졌다.
강가스 아론은 부대원을 불러모아놓고 말했다.
“모두들 알고 있겠지만 어제 예상치 못한 마족의 대군이 남하했다. 그리폰 정찰대의 말에 의하면 마족들은 물러났다고 하나 매복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정찰이 필요하다. 자원자를 찾는다.”
대부분의 신병으로 이루어진 부대에서 자원자를 찾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강가스 아론의 눈은 자연스레 기존의 생존병들을 향했다.
김성철이 손을 들었다.
“34호? 자네도 신병 아닌가?”
Kim Sungchul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저 친구들보다는 짬이 좀 됩니다. 그리고 매일 같이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믿고 맡겨도 될 겁니다.”
직접 나선다는데 말릴 이유는 없다.
강가스 아론은 김성철을 정찰병으로 낙점하고 추가로 김성철을 보조할 병사를 찾았다.
하지만 지원병은 나타나지 않았다.
마족들이 깨끗하게 후퇴하는 일이 없다는 것은 마계 최전선에 있는 모든 병사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마족들이 물러난 곳 주변엔 어마어마한 숫자의 함정과 매복, 그리고 인간을 먹는 마수들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전군이 함께 움직인다면 모를까 소수 정찰대만 가면 마족의 장난감이 되거나 마수의 먹이로 전라할 것이다.
“정찰을 한 번 성공하면 임무에 한 번 성공한 걸로 쳐주겠다. 따라 나설 사람?”
강가스는 형벌부대원이라면 누구나 바라마지 않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럼에도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그만큼 그 임무는 위험한 임무였다.
침묵 속에서 Kim Sungchul 강가스 아론에게 말했다.
“저 혼자서 충분합니다. 3일안에 돌아오겠습니다. 3일안에 돌아오지 않으면 죽었다고 생각하십시오.”
“자넨 자원했으니까 정찰에 성공해도 임무숫자를 빼줄 생각이 없네. 그래도 괜찮겠나?”
강가스 아론이 넙적한 얼굴에 비열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Kim Sungchul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정찰에 실패하면 전부 죽는 건 매한가지 아닙니까?”
“잘 아는 친구군. 그래. 가게. 34호.”
Kim Sungchul 강가스의 측근에게 신호용 스크롤 및 식량과 물을 지급받고 길을 나섰다.
다른 병사들이 보기엔 자살행위에 지나지 않는 일이었지만 김성철에겐 그야말로 호재였다.
‘3일동안 점호를 받지 않아도 될 것 같군. 그 던전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진 알 수 없지만 3일 정도면 어느 정도 가치를 지녔는지 정도는 알 수 있겠지.’
Kim Sungchul 그대로 길을 떠나 던전으로 향했다.
예상한 대로 던전 주변엔 제법 많은 함정과 감시자들이 있었다.
Kim Sungchul 함정과 악마들을 피해 목적지로 숨어 들어갔다.
그리고 던전으로 향하는 길목에 매복한 악마 한 무리를 짱돌로 찍어 죽인 후 Kim Sungchul 바위산 아래를 응시했다.
던전 주변엔 버려진 막사만 있을 뿐 사람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도처에 쳐진 경계결계도 이미 박살나 그 기능을 잃은 지 오래였다.
하지만 던전으로 향하는 도르래 장치는 아직 살아 있었다.
그런데 마족들이 그냥 지나칠 리 없다.
도르래 장치에 얄궂은 장난을 쳐놨다.
누군가 도르래를 가동하는 순간 폭발하게끔 하는 함정이 설치된 것이다.
Kim Sungchul 함정에 손대지 않았다.
대신 그는 까마득한 구멍 안으로 훌쩍 몸을 날렸다.
시커먼 어둠이 그를 덮쳤고 발끝을 저리게 하는 추락감이 전신의 감각을 지배했다.
끝없는 추락 속에서 Kim Sungchul 어둠 속에서 비치는 미명을 포착하고 어둠을 향해 두 주먹을 내질렀다.
단단한 바위가 두부처럼 뭉개지며 그의 팔이 절반 이상 박혔고 추락하던 그의 몸은 벽면에 단단하게 고정됐다.
Kim Sungchul 팔을 빼내며 밝은 빛이 서린 곳으로 뛰어내렸다.
그곳은 끝이 보이지 않는 회랑이었다.
벽면은 스러진 벽돌과 흙, 푸른 이끼가 적절히 섞여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고 코끝으론 납골당에서 맡을 수 있는 퀴퀴한 냄새가 파고들었다.
“여기, 느낌이 좋지 않아.”
베르텔기아가 주머니 속에서 몸을 흔들었다.
김성철을 베르텔기아를 꺼내며 말했다.
“여기서부턴 바깥에 나와도 된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베르텔기아는 김성철의 주머니 속에서 튀어나와 원래의 크기로 팽창하며 활기차게 주변을 날아다녔다.
“아, 상쾌하고 싶지만 상쾌하지 못한 기분!”
“여기가 어딘지 아나?”
김성철의 물음에 베르텔기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처음 와보는 곳이야. 하지만 당신들이 조인이라 부르는 나하크에 대해선 들어본 적이 있어.”
“나하크? 그건 뭐지?”
“과거 이계에 융성했던 족속들이야. 지금은 멸망해서 찾아볼 수 없지만 전설에 의하면 그들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커다란 날개를 지녔고 룬 문자를 새긴 부리로 파멸적인 마법의 힘을 마음껏 구사했다고 하지.”
“마족 군대에 볼 수 있는 조인과는 다른 종자들인가?”
“아마도 먼 친척이 아닐까? 나하크는 그렇게 열등한 존재는 아니거든.”
베르텔기아와 이야기를 나누며 Kim Sungchul 던전 안으로 한 발 한 발 앞으로 걸어갔다.
탐사대의 흔적이 곳곳에 있었다.
Kim Sungchul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진실의 눈이 어둠 너머에 있는 마법의 존재를 감지했다.
잘못 밟으면 온 몸을 얼어붙게 만드는 한기가 덮칠 것이다.
‘이건 인간 마법사의 소행이군.’
발밑에 찍힌 발자국이 함정 주변에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아마도 이 주변에서 큰 소란이 일어난 모양이다.
발자국의 숫자로 보아 대략 던전 안에 있는 인간의 숫자는 서른 명.
탐사대와 수비 병력의 숫자를 합친 숫자이리라.
Kim Sungchul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핏자국을 따라가자 두 구의 시체가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는 게 보였다.
병사들의 시신이다.
시체에 대한 예우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걸로 보아 대적하기 어려운 적을 만났음이 틀림없다.
Kim Sungchul 눈을 부릅뜨고 죽은 시체를 버려두고 계속 앞으로 전진 했다.
베르텔기아가 짤막하게 말했다.
김성철도 알고 있었다.
머지않은 곳에 끈적한 적의가 도사리고 있음을.
김성철의 손에 팔 가라즈가 나타났다.
그는 어둠 너머에 선 존재를 노려보며 짤막하게 말했다.
이윽고 어둠 속에서 시커먼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몸은 인간이오, 얼굴은 새의 두상을 한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녹색 점액질의 피부를 지닌 괴물이었다.
눈도 없고 코도 없었지만 그 괴물은 김성철을 쳐다보는 것처럼 행동했다.
마치 평범한 사람처럼.
Kim Sungchul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고대신의 종복이군.’
이기지 못할 상대는 아니다.
하지만 상대하고 싶지 않은 적이다.
Kim Sungchul 망치를 휘두르며 짧게 말했다.
점액질의 괴물은 우두커니 선 채 김성철을 응시하다가 몸을 돌려 소리 없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대체 저건 뭐야?”
김성철의 등 뒤에 숨어 있던 베르텔기아가 슬그머니 튀어나오며 말했다.
“심연의 나락이다.”
Kim Sungchul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보다 약한 존재를 만나면 자신이 속한 구렁텅이로 끌고 가려는 녀석이지. 인간이든 마족이든.”
그리고 죽은 자까지도.
심연의 나락이 자리 잡은 곳엔 죽음과 같은 정적만이 흐른다.
“으… 무슨 말인지 알거 같아서 더 무섭네.”
베르텔기아가 몸을 한 차례 크게 떨었다.
“방금 그 병사들도 저 괴물이 한 짓이야?”
“그건 아닐 게다. 심연의 나락에게 끌려 간 자는 이 세상에서 존재 자체가 지워진다. 시체조차 남지 않지.”
“그럼 다른 괴물들도 있다는 이야기?”
Kim Sungchul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마도 심연의 나락은 내 몸에 실린 막강한 힘에 이끌려 내 앞에 나타났을 것이다. 아직 탐사대 앞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겠지.’
Kim Sungchul 이전에 탐사대가 윌리 길포드에게 한 보고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
게다가 그들이 심연의 나락과 마주쳤다면 단 한 명도 살아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Kim Sungchul 심연의 나락이 얼마나 공포스런 존재인지 경험한 적이 있다.
지금은 자신의 상대가 아니지만 말이다.
Kim Sungchul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병사들의 시체가 계속 발견됐다.
한 구, 두 구, 그리고 열 구.
Kim Sungchul 시체가 널린 자리 주변에서 치열한 싸움의 흔적을 발견했다.
마법의 불길이 바닥을 태운 흔적, 소드마스터의 검기가 벽면을 베어버린 흔적이 있었고 부러진 창칼의 파편이 바닥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병사들이 상대한 괴물의 모습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다.
이만큼 대규모의 전투가 있었다면 약간의 단서 정도는 있을 법 한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Kim Sungchul 기척을 숨기는 걸 그만뒀다.
그는 영혼창고에서 횃불을 꺼내 불을 붙였고 일부러 들리게끔 큰 발소리로 던전을 걸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곧 김성철 주변에 귀에 거슬리는 소리들이 나기 시작했다.
Kim Sungchul 어둠 너머에 우글거리는 괴물들을 볼 수 있었다.
두 다리와 양 팔, 그리고 양 날개.
합해서 여섯개의 다리로 걷는 뒤틀린 조인들의 시체였다.
소리 없는 조인의 시체가 지네처럼 기어와 김성철에게 달려들었다.
초점 없는 눈동자를 지닌 두상으로 김성철 쪽을 사납게 쪼아대며.
김성철의 팔 가라즈가 허공을 갈랐다.
팔 가라즈의 파멸적인 일격에 얻어맞자 조인의 시체는 그 자리에서 먼지로 화해 사라졌다.
그제야 Kim Sungchul 왜 마물의 시체가 없는 지 알 것 같았다.
‘이 던전 안에 도사린 퀴퀴한 냄새의 정체는 바로 이 시체 가루의 냄새였군.’
수십 마리에 달하는 조인의 시체가 지네처럼 기어 다니며 김성철을 호시탐탐 노렸다.
“으! 나 돌아갈래!”
베르텔기아는 김성철의 주머니 안으로 숨어 들어갔다.
김성철의 망치는 더욱 활개를 쳤다.
흉물스런 마물들은 김성철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것들은 차례차례 가루가 되어 사라졌고 살아남은 마물들은 어둠 속으로 달아났다.
마물들이 사라진 던전 안에 다시 고요가 찾아왔다.
싸움이 끝나자 베르텔기아가 주머니 바깥으로 나오며 자신의 페이지 하나를 펼쳐보였다.
그녀의 페이지엔 마치 갓 펜으로 그린 것 같은 간략한 지도가 나타나 있었다.
“지도를 한 번 만들어봤어.”
“응. 이 던전, 결코 작은 것 같지 않거든.”
김성철도 그 점은 동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겐 던전을 가볍게 돌파하는 비장의 한 수가 있었다.
앞을 가로막은 벽이 박살이 나며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그 구멍 너머로는 또 다른 통로가 놓여 있었다.
Kim Sungchul 그 통로로 걸어가 다시 벽을 후려쳤다.
그는 같은 작업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던전의 막다른 끝이 나올 때까지.
나름 열심히 자신의 페이지에 지도를 그려나가던 베르텔기아의 입에서 결국 한숨이 흘러나왔다.
“힘이 강하면 정말 편하지? 응?”
Kim Sungchul 망치를 고쳐 잡고 이번엔 방향을 틀어 북쪽으로 굴착작업을 시작했다.
대략 4개의 벽을 박살냈을 때 김성철 앞에 낭떠러지가 나타났다.
어둠에 싸인 낭떠러지 쪽은 정체모를 녹색의 안개가 끼어 있어 그 너머가 보이지 않았다.
Kim Sungchul 돌멩이를 던져 소리를 들었다.
꽤 깊은 낭떠러지다.
Kim Sungchul 그렇게 생각하고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이렇게 구멍을 뚫으면 뭐가 좋아?”
베르텔기아가 불쑥 질문을 던졌다.
“나만의 길을 만드는 거지. 이런 미로 속에선 길을 잃어버리기가 쉬운 법이니까.”
길이 없으면 만들면 된다.
김성철식 던전 공략법이다.
게다가 이런 식으로 소란스럽게 던전을 두들기다보면 굳이 자신이 찾아나서도 되지 않을 존재를 이쪽으로 불러올 수도 있다.
곧 머지않은 곳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Kim Sungchul 팔 가라즈를 영혼 창고에 집어넣고 곧 나타날 인물을 기다렸다.
어둠 너머에서 투명한 안개에 둘러싸인 여자 마법사가 나타났다.
그녀의 발밑엔 철갑을 두른 다섯 호문클루스들이 있었다.
Kim Sungchul 그녀의 존재를 눈치 챘지만 짐짓 모른 척하고 멍하니 앞을 응시했다.
그녀는 시간을 들여 김성철을 관찰했다.
김성철의 모습, 복식, 무장, 그리고 능력치까지.
몰래 숨어서 볼 수 있는 모든 걸 확인했다.
꼼꼼한 정찰이 끝난 후 여자 마법사는 김성철 앞에서 마법의 장막을 벗고 모습을 드러냈다.
“당신은 누군가요?”
조사대의 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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